시로 읽는 옛이야기 산책

[시로 읽는 옛이야기 산책] 천둥소리에 납작 엎드린 장끼의 사연, 옥황상제와 반하(半夏)

이천거북이 2026. 3. 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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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를 짓는 숲해설가 조남걸입니다.
시를 통해 옛이야기 속에 숨겨진 자연의 섭리와 해학을 나누는 '시로 읽는 옛이야기 산책' 일곱 번째 시간입니다.
산행을 하거나 시골길을 걷다 보면 가끔 화려한 깃털을 뽐내며 푸드덕 날아오르는 수꿩, 즉 '장끼'를 마주치곤 합니다. 평소에는 기분 좋게 꿩꿩 울며 멋진 자태를 자랑하지만, 하늘에서 우르르 쾅쾅 천둥소리라도 울리면 바닥에 납작 엎드려 겁에 질린 소리를 내는 겁쟁이이기도 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장끼의 이런 재미있는 생태적 특성을 놓치지 않고 옥황상제와 연관 지어 아주 흥미로운 전설을 만들어 냈습니다. 오늘은 약초를 캐러 왔다가 하늘로 돌아가지 못한 옥황상제의 몸종, 장끼의 짠하고도 귀여운 사연을 자작시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옥황상제 몸종인 장끼가 반하를 캐오라는 명을 받았다.

1. 새와 식물의 생태를 엿볼 수 있는 옛이야기

  - 반하(半夏)와 꿩

이 옛이야기가 더욱 재미있는 이유는 실제 자연의 생태를 기가 막히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에 등장하는 '반하(半夏)'는 밭 주변이나 산기슭에서 자라는 천남성과의 식물입니다. 여름의 한가운데(半夏)에 꽃이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그 뿌리줄기(구경)는 한방에서 가래를 삭이고 구토를 멎게 하는 아주 중요한 약재로 쓰입니다.
기분좋을 때 꿩꿩하며 우는 장끼
흥미로운 사실은, 이 반하의 알뿌리를 꿩이 아주 좋아해서 즐겨 파먹는다는 것입니다. 옛사람들은 꿩이 땅을 파서 이 약초를 주워 먹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는, "저 장끼가 본래 옥황상제의 몸종이었는데, 상제의 명을 받고 약재인 반하를 캐러 지상에 내려왔다가 그 맛에 반해 다 주워 먹는 바람에 하늘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더했습니다. 식물의 쓰임새와 동물의 먹이 활동이라는 과학적 사실에 문학적인 옷을 입힌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 솜씨에 감탄하게 됩니다.
반하를 캐는 족족 먹는 장끼

2. [자작시]

  - 옥황상제 몸종 장끼

옛날 옛적에
옥황상제 몸종이었다던 장끼 꿩
얼굴부터 긴 꼬리까지 멋집니다
 
기분 좋을 때 꿩꿩 소리내어 울지만
천둥소리라도 날 때마다
납작 엎드려 설설 기며
캐거덩 캐거덩하고 웁니다
 
옥황상제님 약제로 쓰려고
장끼에게 반하를 캐오라 명했더니
땅으로 내려와 반하 맛을 본 장끼
맛이 좋아 캐는 족족 먹습니다
 
반하가 없어 하늘로 못 간 장끼
천둥소리는 옥황상제 호령이라
우르르 꽝 천둥소리 날 때마다
두려움에 납작 엎드려 길게 웁니다
캐거더엉~
캐거더엉~

3. 옛이야기 속 숨은 의미

  - 해학으로 풀어낸 자연의 섭리

"캐거더엉~ 캐거더엉~" 하고 우는 장끼의 울음소리가 마치 옥황상제에게 살려달라고 비는 소리처럼 들린다는 묘사가 무척이나 해학적입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눈앞의 달콤한 맛(반하)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하늘나라로 돌아가는 본분을 잊어버린 장끼의 모습은 어쩌면 완벽하지 않은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슬쩍 투영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갑작스러운 천둥소리에 깜짝 놀라 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장끼를 보며, 선조들은 "쯧쯧, 상제님 약초를 다 까먹었으니 하늘의 호령이 얼마나 무섭겠느냐"며 웃음을 터뜨렸을 것입니다. 자연의 거대한 힘(천둥)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미물(장끼)의 두려움을, 이토록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전설이 참으로 정겹습니다.
주변의 작은 산새나 이름 모를 들풀 하나에도 이처럼 깊고 재미있는 사연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우리 곁에 있는 자연의 소리와 움직임에 조금 더 다정한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천둥 치는 날, 어딘가에서 바닥에 엎드려 눈치를 보고 있을 장끼를 상상하며 빙그레 웃음 지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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