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옛이야기 산책

[시로 읽는 옛이야기 산책] 흉가가 된 한옥, 실화로 만나는 풍수지리(風水地理)의 신비

이천거북이 2026. 3. 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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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를 짓는 숲해설가 조남걸입니다.
시를 통해 옛이야기 속에 숨겨진 삶의 지혜와 사물의 이치를 되짚어보는 '시로 읽는 옛이야기 산책' 여덟 번째 시간입니다.
여러분은 '풍수지리(風水地理)'를 믿으시나요?
현대 사회에서는 미신이라 여기고 가볍게 넘기는 분들도 많지만,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집을 짓거나 묘를 쓸 때 땅의 기운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전설이나 민담이 아닌, 평생 지관(地官)으로 사셨던 저의 선친과 선친의 이모부께서 직접 겪고 들려주신 뼈아픈 '실화'입니다. 지관의 도움 없이 집을 지었다가 끊임없는 우환을 겪어야 했던 한의원이셨던 선친의 이모댁의 비극적인 사연을 자작시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3 대째 한의원을 운영했던 김의원

1. 사람과 땅의 조화, 전통 풍수지리와 지관(地官)의 역할

풍수지리란 바람(風)과 물(水), 그리고 땅(地)의 이치를 따져 인간의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전통 사상입니다. 그중에서도 사람이 살아가는 집터의 기운을 살피는 것을 '양택풍수(陽宅風水)'라고 합니다.
한옥을 지을 때는 터의 생김새뿐만 아니라, 집이 앉은 방향과 대문이 나 있는 방향인 '좌향(坐向)'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대문은 외부의 기운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입구이기 때문에, 이 방향이 땅의 흐름과 어긋나면 흉한 기운이 몰아쳐 집안에 우환이 끓는다고 보았습니다.
지나던 길손들이 집짓는 걸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집을 새로 짓거나 고칠 때 반드시 땅의 이치에 밝은 전문가, 즉 '지관(地官)'을 모셔와 터를 살피고 날을 받았습니다. 땅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려 했던 선조들의 겸손한 지혜였던 셈입니다.
하지만 오늘 시 속의 주인공인 김 의원은 이 자연의 이치를 무시하고 자신의 뜻대로만 공사를 강행하다가 무서운 재앙을 맞이하게 됩니다.

2. [자작시]

  - 풍수지리 믿어야 할까요

충북 음성군 맹동면 봉현1리 개오개 마을에
삼 대째 이어오던 김씨댁 한의원이 있었습니다
한의원을 운영하여 재산도 많이 늘었지요
김의원은 생전에 큰 한옥집을 짓고 싶었습니다
김의원은 풍수지리를 믿지 않아 지관의 도움없이 공사를 시작했지요
집터가 잘못되어 재앙이 찾아 왔을까요
광목천으로 들보를 올리는데
천이 찟어지며 대목수가 깔려 죽었지요
사고를 수습하고 대목수를 구해 공사를 재개했습니다
 
우환은 계속 되었습니다
이번엔 머슴이 비명횡사 했지요
머슴의 장례를 치르고 나니
김의원 모친이 돌아 가셨습니다
이게 무슨일 일까요
모친 장례를 끝내자 김의원 부인이 조현병으로 나돌아 다녔습니다
그런 중에도 집짓기 공사는 계속되어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었지요
 
어느날 같은 마을에 사는 친구가 찾아 왔습니다
"좋은 일에 재뿌리는 것은 아닐까 하여 듣고도 못들은 척 하려 했는데
집안의 우환이 끊임없이 일어나니 이야기를 해야겠네"
"어느날 땔감을 한 짐 지고 오다가 고갯마루에서 쉬고 있었네"
"지나가던 나그네 두 사람이 자네 새집 짓는 걸 내려다 보며
집은 크게 잘 짓는데 저 집 짓고 좋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떠나는 걸 보았네" 하는 것이었지요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김의원은
오두막 집을 구해 이사를 했습니다
 
우환은 끝이 났을까요
헌집을 구해 이사를 했는데
대문이 불편하다고 느낀 김의원이 대문의 위치를 바꾸었습니다
이번엔 김의원 본인이 원인 모를 병이 생겼습니다
한의원도 문을 닫고 십여년을 누워서 지냈습니다
그러는 사이 부인도 세상을 뜨고
둘째 아들이 외과의사가 되어 서울에 병원을 개원했지요
아들은 누워지내는 아버지를 서울집으로 모시고 갔습니다
김의원은 아들의 재활치료로 다시 걷게 되었습니다
 
풍수지리 믿어야 할까요
믿거나 말거나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이 이야기는 필자의 부친 이모댁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1972년 서울 남가좌동 선친의 이종사촌댁에서 선친의 이모부(김의원)와 선친께서 주고 받던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구성하였습니다.
그날밤 새로 짓던 한옥집과 헌집 대문 좌향에 대해 말씀도 나누셨는데 결론은 잘 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이었지요.
참고로 필자의 선친은 평생 지관을 하셨습니다.
새집을 버리고 초가집으로 이사하여 대문을 바꾼 김의원
 

3. 옛이야기 속 숨은 의미

  - 실화가 주는 묵직한 교훈과 자연에 대한 겸손

대목수의 죽음을 시작으로 머슴의 비명횡사, 모친의 죽음, 그리고 부인의 조현병까지. 도무지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끔찍하고 연속적인 재앙입니다. 지나가던 나그네(아마도 지관이었을)가 단번에 흉가임을 알아본 것, 그리고 나중에 이사한 헌집에서도 대문의 위치(좌향)를 함부로 바꾸었다가 십여 년을 몸져눕게 된 일화는 땅의 기운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줍니다.
우환은 끝없이 이어지고...
이 믿기 힘든 비극 속에서도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오는 결말이 있습니다. 바로 가문의 우환 속에서도 훌륭하게 자라 외과의사가 된 둘째 아들이, 십여 년간 누워 지내던 아버지를 현대 의학의 힘(재활치료)으로 다시 걷게 만든 대목입니다. 터의 잘못된 기운으로 무너진 집안을, 결국 사람의 지극한 효심과 노력으로 다시 일으켜 세운 셈입니다.
우환은 본인에게 이어져 10년간 이름모를 병으로 누워지냄
풍수지리를 맹신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 실화는 우리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의 재력과 욕심만으로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려 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말입니다. 보이지 않는 땅의 기운을 살피고 순응하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는, 결국 '자연 앞에서 늘 겸손하라'는 변치 않는 가르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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