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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숲과 꽃이야기] 침묵을 깨고 피어난 한 송이 커다란 마음, ‘작약’

초여름의 길목인 오월과 유월이 되면, 마당 한구석은 눈이 부실 정도로 크고 탐스러운 꽃송이로 가득 차오릅니다. 꽃이 크고 화려하여 '함박꽃'이라는 정겨운 이름으로도 불리는 "작약(芍藥, Peony)"입니다.사람들은 그저 눈앞에 펼쳐진 화려함에 감탄하지만, 작약의 굵은 뿌리 속에는 겨울의 긴 침묵과 세상의 아픔을 다독이는 시린 약성이 숨겨져 있습니다. 인내 끝에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작약의 깊은 속내를 담은 자작시를 먼저 올립니다.1. [자작시]작약 초여름의 숨결이 마당 끝에 닿을 무렵작약은 단 한 번도 서둘러 피지 않는다굵은 뿌리 속에 겨울의 침묵과 몇 번의 장맛비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통증을 저장해 두었다가마침내 한 송이 커다란 마음으로 열릴 뿐이다 잎맥마다 번지는 붉은 기운은오래 참아온 부끄러움 같고..

[시로 읽는 숲과 꽃이야기] 화려함 뒤에 숨겨진 서늘한 위로, 꽃의 왕 '모란(牡丹)'

안녕하세요.봄꽃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출 무렵, 압도적인 크기와 우아한 자태로 정원의 주인이 되는 꽃이 있습니다. 바로 '꽃들의 왕'이라 불리는 모란입니다.오랜 세월 동안 부귀영화의 상징으로 귀한 대접을 받아온 모란이지만, 그 화려한 꽃잎 이면에는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는 약재로서의 희생과 쉽게 툭 떨어져 버리는 쓸쓸한 숙명이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모란의 붉은 찬란함과 그 이면의 이야기를 담은 시 한 편과 함께 숲과 꽃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자작시]모란 모란은 제 몸보다 먼저 왕관을 쓰는 꽃이다다른 꽃들이 바람의 눈치를 살필 때망설임 없이 세상의 중심으로 걸어 나온다 겹겹의 꽃잎은 비단 치마처럼 무겁고붉음은 오래된 궁궐의 단청보다 깊다누군가는 부귀라 불렀고 누구는 영화라 칭송했다 왕비의 소매..

[시로 읽는 숲과 꽃이야기] 하얗게 피어난 간절함, 이팝나무 (White Fringetree)

안녕하세요.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이 오면, 거리 곳곳은 마치 한겨울의 눈이 내려앉은 듯 새하얀 꽃송이들로 뒤덮입니다. 가지마다 소복하게 피어나 우리의 눈과 마음을 풍성하게 채워주는 '이팝나무'입니다.오늘은 굶주렸던 시절의 애틋한 전설부터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생태적 비밀까지, 이팝나무가 품고 있는 넉넉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볼까 합니다. 먼저, 꽃잎에 맺힌 누군가의 간절함을 담아낸 저의 자자시 한 편을 감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1. [자작시]이팝나무 아래에서 오월이 오기 전 보이지 않는 뿌리는이미 흙 속에서 하얀 문장을 준비하고비의 양을 가늠하던 마음이 먼저 젖는다 가지마다 흰 쌀밥 같은 눈이 내려앉으면굶주린 소원이 꽃이 되었다는 전설처럼허기진 생(生)도 잠시 포만해진다 우러러본 나무엔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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