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길목인 오월과 유월이 되면, 마당 한구석은 눈이 부실 정도로 크고 탐스러운 꽃송이로 가득 차오릅니다. 꽃이 크고 화려하여 '함박꽃'이라는 정겨운 이름으로도 불리는 "작약(芍藥, Peony)"입니다.사람들은 그저 눈앞에 펼쳐진 화려함에 감탄하지만, 작약의 굵은 뿌리 속에는 겨울의 긴 침묵과 세상의 아픔을 다독이는 시린 약성이 숨겨져 있습니다. 인내 끝에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작약의 깊은 속내를 담은 자작시를 먼저 올립니다.1. [자작시]작약 초여름의 숨결이 마당 끝에 닿을 무렵작약은 단 한 번도 서둘러 피지 않는다굵은 뿌리 속에 겨울의 침묵과 몇 번의 장맛비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통증을 저장해 두었다가마침내 한 송이 커다란 마음으로 열릴 뿐이다 잎맥마다 번지는 붉은 기운은오래 참아온 부끄러움 같고..